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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및 근황

스즈메의 문단속 개인적인 후기 및 해석(카캡체, 앱솔, 우리집 아이의 의미/스포0)

by 글쟁이 도여은 2023. 3. 18.

 

 

 

안녕하세요. 도여은입니다.

어제 제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고 왔습니다! 재미있더라고요! 정말 재미있게 보고 왔습니다.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어 평소와 달리 글도 적게 되었어요. 원래 재미있는 영화를 보면 이런저런 떠오르는 생각이 들지만 이번 작품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져서요!

 

사실 영화 리뷰를 하려고 하면 한 두어번은 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서도.... 그래도 또 지금의 날것의 생각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조금 해석이 틀리더라도 그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도로만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아직 다른 분들의 영화 해석을 보지 않아서 다른 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어떻게 의미를 해석했는지는 전혀 모르겠고, 아래부터는 그냥 제 개인적인 생각이니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이 들었구나! 정도로만 생각해 주세요!

 

그리고 아래부터는 본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니 스포 없이 보고 오시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1. 카드캡터 체리식 서술 전개 및 유사점

 

스즈메의 문단속의 앞부분 줄거리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평범한 고등학생인 스즈메가 폐허에서 신비롭고 이상한 문을 발견하고 그 근처에 있는 요석을 뽑게 되어 의도치 않게 요석의 봉인을 풀게 된다. 그로 인해 문이 열려 재난이 일어나려고 하자 대대로 문을 지켜오는 토지시인 소타와 함께 문을 닫는다.

2) 풀려난 요석(다이진)이 소타에게 저주를 걸어 유아용 의자에 갇혀버리게 되고, 그를 도와 스즈메가 재난(미미즈)을 막기 위해 문을 닫으러 다니기로 한다.

 

 

 

더 간략히 생각해 보면 '평범한 학생인 여자애가 의도치 않게 봉인을 풀어버려 판타지스러운 사건에 엮이게 되고, 다시금 그것을 봉인하기 위해 모험하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뭔가 딱 떠오르는 게 있지 않나요?

 

그렇죠. 바로 마법소녀계의 고전...... CLAMP의 카드캡터 체리가 계속 떠오르더라고요. 참고로 카캡체의 도입부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평범한 중학생인 체리(사쿠라)는 어느 날 지하 서재에서 한 책을 발견하게 되고, 의도치 않게 책 안에 들어있는 카드들을 흩어버리게 된다.

2) 잠들어 있던 카드의 수호자인 케로베로스(케로)는 그 사실을 알고, 체리를 카드캡터로 임명하여 카드를 봉인하기로 하고 신비한 힘을 가진 카드와 얽혀 이런저런 사건에 휘말린다.

 

저 또한 카드캡터 체리를 정말정말정말 좋아해서 이러한 플롯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니까, 의도치 않게 봉인을 풀어버린 소녀가 판타지스러운 사건에 휘말리며 다시금 그것들을 봉인해 가는 이야기요. 정말 재미있잖아요. (자매품으로 이누야샤의 가영이가 사혼의 구슬 조각을 모으는 게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정말 어려운데, 역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이러한 매력적인 클리셰 소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것도 일본의 문화와 잘 엮어서 만든 것이 대단하다고 느껴졌습니다.

 

그 외에도 소소한 유사점이 보일 때마다 카캡체 팬으로서 조금 반가운(?) 기분도 들고 그렇더라고요.

 

 

예를 들면 스즈메와 체리 모두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었다거나, 봉인하는 데에 사용하는 도구가 열쇠 모양이라거나, 봉인할 때에 주문을 외운다거나 하는 것들이요. 스즈메 문단속 할 때 주문 너무 간지나고 좋았습니다...

또 악역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비슷한 점을 느꼈습니다.

 

 

2. 포켓몬 앱솔

 

제가 또 포덕으로서....... 또 이 포켓몬을 소개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바로 앱솔입니다.

앱솔은 분류가 재난 포켓몬인데, 도감에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적혀 있습니다.

- 앱솔이 사람 앞에 나타나면 반드시 지진이나 쓰나미 등의 재해가 일어나서 재난 포켓몬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 재해의 징조를 느끼면 모습을 보이는 탓에 재난을 부르는 포켓몬이라고 오해받았었다.

- 재해의 위험을 감지한다. 위험을 알리는 때에만 사람 앞에 나타난다고 한다.

 

크흐읍...... 앱솔은 재해의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포켓몬으로 사람들에게 재해를 알리기 위해 그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만, 사람들은 그 모습에 오해하고 앱솔이 재난을 부른다고 오해했다고 합니다....... 도감의 다른 구절을 보면 '미신이 만연했던 옛날에 재앙을 초래한다고 미움을 받아 산속으로 쫓겨났다'라고도 적혀 있습니다. 흑흑 앱솔아......

 

 

다이진(요석 고양이)을 보면서 저는 앱솔이 생각나더라고요........ 

스즈메와 소타는 다이진을 쫓아다니면서 다이진이 문을 열고 다닌다고 오해하지만, 사실 다이진은 스즈메에게 어디에서 문이 열리는 지를 알려주기 위해서 그 장소에 계속 나타났던 것이었죠.

사실 다이진이 요석에서 풀려나게 되어 계속 문으로 미미즈(재난)가 나오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만........ 어쨌든 다이진이 없었다면 어디에서 미미즈가 튀어나올지 알 수 없게 되고, 그 길잡이로서 재난을 막는 데에 다이진의 역할이 컸다는 것은 사실이긴 합니다.

 

 

3. '우리집 아이'라는 말의 의미

 

 

다이진...............

처음에는 제2의 해로운 고양이로 의심했던 나....... 마지막에 오열했습니다.....

 

저와 같이 간 동행자는 스즈메의 문단속을 같이 봤는데도 잘 이해가 안 간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완전 눈물 흘리면서 오열하면서 봤는데, 같은 영화 본 거 맞냐!!!! 싶을 정도로요.

사실 신카이 마코토의 고질적인 문제인 감정선이라던가 스토리라던가....... 조금 불친절한 해석이라던가..... 그런 게 있긴 합니다만........

특히 다이진을 도통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엄청 이해가 되었는데 흐흑그ㅡㄱ규규ㅠㅠㅠ

 

일단 다이진의 입장에서 영화의 이야기를 따라가 볼게요.

(개인적인 해석입니다)

 

다이진은 요석으로 계속해서 땅을 누르며 미미즈를 억제해 왔습니다.

사실 소타가 요석화 되어가는 과정을 보면 요석이라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 일인지 알 수가 있어요. 소타는 요석화가 되면서 계속해서 정신을 잃어가고 추워하고 나중에는 얼어붙어버리죠.

아마 다이진도 비슷한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감히 추측해 보았습니다. 다이진이 어떻게 요석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봉인에서 풀렸을 때의 모습과 사다이진의 태도를 비교해 봤을 때, 자신의 의지로 요석이 된 것 같지는 않아 보여요.

그....... 하나의 희생으로 전체를 구한다, 라는 것의 희생자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다이진은 자의로 미미즈를 지키려는 것 같았지만요. 원래 희생이라는 것도 스스로 선택한 희생과 억지로 떠밀려하게 된 희생은 다르지 않겠나요.

 

 

그렇게 요석이 된 와중에 어느 날 스즈메로 인해 요석의 상태에서 풀려나게 됩니다.

제가 다이진이라고 해도 오랜만에 닿는 온기와 친절에 기대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아요. 그리고 스즈메가 이런 말을 하죠. '너 우리집 아이 할래?' 라는 말이요. 가족이 되자, 라는 말이 얼마나 크게 다가왔을지. 저는 너무 마음이 아파오고........

헬쓱한 몰골이었다가 토실해진 것은 스즈메가 먹인 멸치 때문이 아니라 애정 어린 따스한 말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쨌든 다이진의 입장에서는 다시 요석으로 돌아가는 일만은 정말 싫을 겁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 전체적인 주제가 덧없는 죽음 앞에서도 하루하루 살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잖아요?

다이진 또한 전체적인 주제와 잘 어울리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살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것도 스즈메의 옆에서 따뜻한 말을 듣고 가족으로 여겨지면서요.

그 과정에서 소타는 다시 다이진을 요석으로 만들려고 하고, 소타는 그에게 역지사지가 뭔지 보여주죠. 그러니까 소타에게 요석으로서의 임무를 떠넘김으로써요.

 

하지만 스즈메를 돕고 싶어서, 혹은 애정을 바라면서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내고 스즈메의 옆을 맴도는 방식으로 스즈메가 문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그렇게 하면 스즈메가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제 추측이지만).

결국 소타가 요석이 되고 스즈메에게 내쳐졌을 때에는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러면서 다이진이 스즈메 옆을 맴돌면서 스즈메를 지켜주는 것도, 그리고 스즈메가 자신이 대신 요석이 되겠다는 말에 다시 스스로가 요석이 되는 것도요........

요석이 되면서 스즈메의 우리집 아이가 되지 못했다,는 말은 정말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오열)

 

 

이 플롯은 스즈메와 이모의 관계와 맞물려 나타나서 더 연출적으로도 훌륭하고 마음에도 남더라고요. 

 

 

스즈메가 사라진 엄마를 찾아 헤매다가 문 너머로 들어갔다 돌아온 날 차가운 눈 속에서 이모가 스즈메를 안아주며 "우리집 아이" 하자는 그 장면하고 대조되어 보이죠.

어린 스즈메와 다이진은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결말을 맞게 되는 것이 너무 슬펐습니다.

다이진과 스즈메가 서로 상처를 입히는 장면과 스즈메와 이모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장면도 교차돼서 떠오르고요. 흑흑.

 

 

어쨌든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아마 한 번 더 보러 갈 것 같아요.

OST도 너무 예쁘고 좋고........

참, 저는 스즈메와 치카의 이야기가 너무 예뻤습니다. 제가 또 그 나잇대 또래의 여자아이들의 우정을 정말로 좋아하거든요. 흐그그극규ㅠㅠㅠㅠㅠ

 

 

엄청 제멋대로 적힌 후기이긴 하지만 결론은 재미있었다, 였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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