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적녹 2차 패러디 소설인 포켓몬스터 하이스쿨.gba 소설을 쓰던 중 작성하게 된 포켓몬 괴담입니다. 공식 설정은 아니니 재미로만 즐겨주세요.
포켓몬스터 하이스쿨.gba 소설이 궁금하다면 아래쪽의 링크를 클릭하세요.
w. 도여은
제 글을 오랫동안 읽어온 분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저는 항상 댓글을 꼼꼼하게 살피는 편입니다. 댓글을 살피다 보면 대체로 냄새꼬를 멤버로 넣는 소설은 적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냄새꼬가 나오는 화에는 종종 이런 댓글이 달립니다.
냄새꼬는 기생 포켓몬이라던데...
혹은
라플레시아 괴담을 아시나요?
이런 댓글 말입니다. 저는 이런 댓글을 보면 오오, 여기 괴담에 관심 있는 독자님들이...! 하면서 기쁜 마음이 듭니다만, 한동안 못 보다가 이번에 오랜만에 그 얘기가 댓글로 나와서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물론 저는 포켓몬 게임도 좋아하지마는 설정에 빠져서 입문한 편이라 포켓몬 괴담을 좋아라 하고 또 많이 알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고북손 님의 라플레시아 괴담도 당연히 알고 있었습니다.
괴담이 신빙성이 있는 것이라면 소설에도 은근슬쩍 쓰는 편이지만 이 라플레시아 괴담은 이 소설에서는 쓰지 않았습니다. 먼저 고북손 님이 쓴 라플레시아 괴담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고북손 님의 블로그에 가보니 라플레시아 이야기는 <기괴한 포켓몬 이야기 – 풀타입>이라는 게시글에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요약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만드라고라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뚜벅쵸
2. 뚜벅쵸가 진화하면 머리에서 라플레시아가 자라기 시작함.
3. 뚜벅쵸의 잎들이 주황빛으로 시들고 얼굴이 병이라도 걸린 것 같다.
4. 모티브인 ‘시체꽃’ 라플레시아는 기생식물.
으음... 그런데 조금 모자란 기분이 듭니다. 제가 예전에 보았던, 그리고 댓글에서 본 느낌은 이런 느낌이 아니었거든요. 거북손 님의 정식 게시물에서는 찾을 수 없었지만 다른 블로그에서 그 뒷이야기를 볼 수 있었습니다.
5. 라플레시아 꽃은 리프의 돌을 사용해서 진화에 성공.
6. 뚜벅쵸는 죽고 라플레시아가 그 몸을 차지하게 되었다.
또한 아르코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7. 라플레시아는 열대우림에서 사는 식물.
8. 만약 뚜벅쵸가 태양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면?
9. 태양의 돌은 뚜벅쵸 위에 자리 잡은 라플레시아를 제거.
10. 본모습인 아르코로 진화한다.
와아... 이럴 수가. 아주 무시무시한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냄새꼬는 리프의 돌로 진화하면 자아를 잃어버리고 죽어버리고 마는 것일까요. 그럼 댓글창이 완전 울음바다가 될지도.
하지만 저는 처음 이 글들을 읽었을 때 어떤 꺼림칙함을 느꼈고 그에 소설에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위의 눈물바다 사태를 예견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마는... 뭔가 빠뜨린 부분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지금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두 가지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1. 정말 라플레시아는 뚜벅쵸에 기생해 뚜벅쵸를 죽이고 그 몸을 차지한 것일까.
2. 그렇다면 아르코는 뚜벅쵸의 진정한 모습일까.
저는 곰곰이 생각해보았고 둘 다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자, 찬찬히 설명을 해 보겠습니다.
1. 정말 라플레시아는 뚜벅쵸에 기생해 뚜벅쵸를 죽이고 그 몸을 차지한 것일까.
먼저 뚜벅쵸의 모티브는 만드라고라가 맞습니다. 또한 포켓몬 라플레시아도 식물 라플레시아를 모티브로 한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뚜벅쵸를 죽이고 자아를 획득한 것으로 볼 수 있을만한 충분한 근거가 될까요?
라플레시아 괴담에 제시된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시든 잎
2) 괴로워 보이는 얼굴
3) 시체꽃 라플레시아
뭔가 부족해 보입니다. 이것과 잘 비교되는 괴담이 바로 파라섹트 괴담이지요. 파라스가 진화해 등에 달린 버섯에게 죽임 당하고 몸을 뺏겼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아주 유명해서 한 번쯤은 지나가다가 보셨을지도 모르겠네요.
파라섹트 괴담에 제시된 증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파라스와 파라섹트의 도감상 분류는 ‘버섯’ 포켓몬
2) 파라스의 도감 설명
-벌레의 등에 돋아나 있는 것은 동충하초라는 버섯
-등의 버섯은 몸으로부터 진액을 받고 생장한다.
-구멍을 파서 나무뿌리로부터 영양을 섭취하지만 대부분은 등에 있는 버섯에게 빼앗긴다.
-동충하초라는 등에 돋아나는 버섯이 명령해서 나무뿌리에서 진액을 빨게 한다.
3) 파라섹트의 도감 설명
-벌레인 몸보다 크게 자란 버섯의 의지로 활동한다.
-더 이상 벌레가 아니라 등의 버섯이 사고하는 듯하다.
-벌레에게서 진액이 빨리지 않게 되면 등의 버섯은 벌레의 알을 찾아 포자를 심는다.
4) 애니메이션에서 진화를 싫어하는 파라스
5) 파라섹트의 텅 빈 눈
이 정도는 되어야 숙주를 죽이고 그 몸을 사용한다는 느낌이 나지 않을까요. 그냥 동충하초라는 말에서 게임 끝인 느낌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반면에 냄새꼬와 라플레시아의 도감 설명에는 이러한 언급이 하나도 없습니다. 냄새꼬의 도감 설명은 지독한 냄새를 강조하고 있을 뿐이고 라플레시아의 도감 설명은 세계에서 제일 큰 꽃이라는 점과 꽃가루를 강조할 뿐입니다. 라플레시아가 기생 식물이라는 것을 강조한 부분은 어느 곳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파라섹트와 달리 라플레시아가 숙주를 지배한다는 설정이 없을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 말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컨셉이 겹쳐요...!
1세대에서는 게임 상의 용량의 문제로 많은 포켓몬들이 삭제되고 엄선된 151 마리의 포켓몬만 게임을 통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한 마리 한 마리 엄선하고 숙고 끝에 넣었다고 할 수 있는데, 만약 제가 게임 개발자라면 절대 안 넣습니다. 왜냐하면
컨셉이 겹치거든요!
중요하니까 두 번 적습니다. 그렇다면 저 시든 잎들과 괴로운 얼굴은 뭔데요! 하고 물을 수 있겠습니다. 일단 그것에 대해 설명하려면 라플레시아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라플레시아는 열대우림에 서식하며 다른 식물의 뿌리나 줄기에 기생하며 잎과 뿌리가 없이 꽃만 가지고 있는 식물입니다. 냄새를 풍겨 파리를 꼬이게 해 수분을 하는 식물이죠.
음... 그런데 중요한 것은 기생이라는 것이 그렇게 무시무시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특히 기생하는 생물은 특이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숙주를 죽이지 않아요. 왜냐하면 평생 뜯어먹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라플레시아도 마찬가지입니다. 본 식물을 조사해본 바 숙주를 죽인다는 언급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조종한다는 것두요. 사실 시체꽃이라는 별명은 시체 썩는 냄새가 나서 붙은 별명이지 누군가를 잡아먹어서 붙여진 이름도 아닙니다. 식충 식물도 아니구요.
그래서 저는 자연스러운 진화로 인해서 뚜벅쵸가 라플레시아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만드라고라가 라플레시아가 되는 것이지요!
엣, 그럼 종이 바뀌는 거잖아요...! 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사실 포켓몬 세계에서 종이 바뀌는 일은 흔한 일입니다. 우리 사랑스러운 보송송도 메리프 때는 양이었다가 갑자기 털이 빠지고 이족보행을 하더니 용이 되잖아요?
냄새꼬는 라플레시아가 되는 과정에서 겪는 변화를 보여줄 뿐입니다. 본래 라플레시아는 잎이 없고 꽃만 있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꽃봉오리가 자람으로 인해 잎이 시들게 되는 것이지요.
또한 괴로운 표정은 아마 꽃을 피우는 데에 아주 힘이 들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여러분 그것 아시나요? 사실 식물들은 죽을 각오를 하고 꽃을 피웁니다. 꽃봉오리가 생기면 모든 영양분을 꽃을 피우는 데 사용합니다. 꽃 피우다가 영양실조로 고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식물을 키울 때 일부로 꽃봉오리가 들면 잘라내기도 하지요. 또,
난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일부로 온도를 낮추면서 괴롭혀야 하고
대나무는 꽃이 피면 죽습니다.
뭐,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그것보다는 냄새 때문에 찡그리는 것을 표현한 것처럼 느껴지지만요. 사람들이 라플레시아를 신기해하면서도 다가가면 악취 때문에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멀리하잖아요? 그런 것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냄새꼬의 악취를 강조하고 싶은데 게임보이에서 냄새를 표현할 방법이 없으니 냄새가 날 때 나타나는 표정을 그린 것이지요. 잔뜩 찌푸려진 표정 말입니다.
또한 라플레시아로 진화해도 뚜벅쵸 때부터 반짝이던 붉은 눈도 그대로이고 크게 무언가가 달라졌다는 느낌도 들지 않습니다. 제 생각에는 라플레시아라는 포켓몬은 기생 식물인 라플레시아를 강조하는 게 아니라, 고약한 냄새가 나는 특이한 꽃이며 세상에서 가장 큰 꽃인 라플레시아를 강조한 것처럼 보입니다. 전자는 냄새꼬로, 후자는 라플레시아로 표현한 것 아닐까요.
이건 라플레시아의 분류가 꽃 포켓몬이라는 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모다피의 분류도 꽃 포켓몬이지요. 도감 설명을 보면 기생 식물이라는 말은 찾을 수 없고 그저 커다란 꽃잎만 강조할 뿐입니다.
그리고 사실 모든 풀타입 포켓몬은 기생 식물 기믹을 가지고 있어요. 바로 드레인 공격들이죠. 그래서 딱히 라플레시아를 강조할만한 건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니까 뚜벅쵸 위에 핀 라플레시아 꽃이 뚜벅쵸를 잡아먹었다는 것은 도감 설명으로 보나 게임프릭의 입장으로 보나 모티브로 보나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그냥 양이 용이 되는 것처럼 만드라고라가 라플레시아가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제가 이렇게 긴 글을 쓰게 된 건 바로
아르코
때문입니다. 제목이 아르코 괴담인 것도 이것 때문이죠.
이제 여러분들은 아마 라플레시아가 뚜벅쵸를 죽이고... 음 이런 생각에서 다들 벗어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아르코는 도대체 뭘까. 다음을 생각해봅니다.
2. 그렇다면 아르코는 뚜벅쵸의 진정한 모습일까.
제 논지가 맞다는 전제로 보면 뚜벅쵸의 진정한 모습은 라플레시아입니다. 열심히 진화해 꽃을 만들고 그게 리프의 돌로 커진 것이지요. 그렇다면 과연 아르코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먼저 아르코의 도감을 살펴보겠습니다.
- 가끔 아르코가 모여서 춤을 추는 듯한 행동을 보인다. 태양을 부르는 의식이라 전해진다.
- 남국에 넓게 분포하여 서식하고 있다. 춤출 때 꽃잎끼리 서로 부딪히며 기분 좋은 소리가 울려 퍼진다.
- 장마의 계절이 끝나면 따뜻한 햇살에 이끌려 나온 아르코가 춤추기 시작한다.
- 밤이 되면 꽃잎을 오므리고 잔다.
일부만 가져왔지만 대충 이런 식입니다. 태양을 좋아하는 풀타입의 모습이 강하게 느껴지네요. 그리고 밤에는 자는 것을 보아 주행성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남국이라... 뭔가 생각나지 않으시나요?
이번에 새로 나온 알로라 지방입니다! 하와이를 모티브로 하고 있지요. 아르코의 모습은 분명 훌라댄스를 추는 모습으로 보입니다만... 문제가 있습니다.
알로라에는 아르코가 서식하지 않습니다.
분명 도감에는 남국에 넓게 분포하면서 서식한다며?
여러분, 생각해보세요.
정말 아르코가 뚜벅쵸의 본모습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햇볕이 강한 알로라 지방에는 뚜벅쵸가 서식할 수 없습니다. 뚜벅쵸가 서식할 수 없다면 당연히 아르코도 있을 수 없습니다.
먼저, 우리는 뚜벅쵸의 도감 설명을 보아야 합니다.
- 별명 아르키멘데스. 밤이 되면 2개의 뿌리로 300m나 걷는다고 한다.
- 낮에는 뿌리인 다리를 지면에 파묻고 움직이기 않는 때가 많다. 밤에는 걸어 다니며 씨를 뿌린다.
- 그냥 풀이라고 생각해 뽑아내려고 하면 울음소리를 낸다. 왠지 아주 무시무시한 기분.
- 낮에는 태양을 피하기 위해 차가운 지면에 파묻혀 있다. 달빛을 받고 성장.
낮에는 태양을 피하기 위해 차가운 지면에 파묻혀 있다.
낮에는 태양을 피하기 위해
태양을 피하기 위해
태.양.을 피.하.기 위.해.
아르코는 냄새꼬에게 태양의 돌을 사용하면 진화합니다. 처음에 아르코가 나왔을 때 모두 놀랐을 겁니다. 저게 뚜벅쵸가 진화한 거라고? 하나도 안 닮았는데? 게다가 풀/독 타입이 단일 풀타입이 됐잖아? 색도 다르고... 거기다가 뚜벅쵸보다 크기도 더 작잖아. 단지,
뚜벅쵸와 닮은 건 바로 춤을 추며 팔랑이는 이파리 뿐.
저는 하나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처음 태양의 돌을 발견한 과학자들은 이것이 어떤 포켓몬에게 사용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들은 냄새꼬를 떠올렸다. 아, 그 포켓몬이 리프의 돌로 진화하지? 태양의 돌을 대면 어떻게 될까?
그들은 갓 진화한 냄새꼬에게 태양의 돌을 가져다 댔다. 달빛을 가득 받아 성장한 뚜벅쵸가 진화한 냄새꼬. 그 냄새꼬는 갑작스러운 태양에너지에 급속도로 퇴화하기 시작했다. 뚜벅쵸의 모습으로까지 돌아가게 된 냄새꼬. 파릇한 이파리는 드문드문 시들고 푸른 낯이 창백하게 질렸으며 수분이 증발해버렸다. 갑자기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다. 300m를 걸어 다녔던 뿌리가 갈라지며 기괴한 꽃이 피었다. 뚜벅쵸의 루비처럼 반짝이는 붉은 눈이 감기고...
검은 눈이 반짝 뜨였다.
그것의 움직임은 무척이나 괴이했다.
마치 교수형을 당해 거꾸로 매달려진 뚜벅쵸가
태양 아래에서 흔들리는 것처럼.
과학자들은 본성을 거스르게 했던 잔인한 실험임을 숨겨야 했다. 그들은 그들의 권위를 이용해 도감에 설명을 적었다. 가본 적도 없는 남국을 들먹이며 그들은 그것에게 아르코라는 이름을 붙였다.
가끔 아르코가 모여서 춤을 추는 듯한 행동을 보인다. 태양을 부르는 의식이라 전해진다.
아르코들이 춤추기 시작하면 꽃잎끼리 스치면서 아름답고 기분 좋은 소리가 난다.
햇빛을 많이 쬐면 몸의 잎사귀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아르코의 댄스는 남국의 명물이다.
그런데,
당신은 남국에서 아르코를 본 적이 있는가.
당신은 알로라 지방에서 아르코를 본 적이 있는가.
당신은 아르코의 이파리 사이에서
다리를 본 적이 있는가.
'사담 및 근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다는 텍본 제작은 안 하고... (2) | 2023.06.11 |
---|---|
웹소설 관련해서 챗GPT에게 물어보았다. (1) | 2023.05.06 |
이사 완료! 그리고 텍본 제작? (2) | 2023.04.18 |
스즈메의 문단속 개인적인 후기 및 해석(카캡체, 앱솔, 우리집 아이의 의미/스포0) (2) | 2023.03.18 |
10월에는 진짜 다음 편 올릴게요(석고대죄) (4) | 2022.10.01 |
댓글